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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기초탄탄 하심당 6주차 후기

2024.06.19   조회수 29회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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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에 시작된 『정신의학의 권력』이 마무리되었다. 누군가 왜 ‘정신의학’의 권력을 공부하느냐고 물었다. ‘정신의학’을 공부하기 보다는 ‘권력’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하려다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정신의학에서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왜 정신의학의 권력이었을까? 공부를 시작한지 4개월이 지나니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에 정신요양원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규율과 치료를 배우고 치료의 장면에서 권력의 흐름을 읽으며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라서 충격적이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내용 전체를 장악하기에는 너무 어려웠고 주권권력이나 규율권력과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기에도 바빴다. 그리고 마지막 12장을 덮으며 여전히 책 전체에서 파악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신의학의 권력의 흐름을 이해하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12장에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하나로 여겨졌던 신체가 병리해부학적 신체, 정신과 의사에 의한 규율적 신체, 신경학적 신체로 새롭게 인식되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보험적 신체와 성적 신체가 등장한 이후로 요즘은 거의 모든 것을 정신분석학으로 해석한다. 히스테리 환자에게 징후학적 시나리오를 주고, 기능적 마리오네트로 이용하면서 외상이라는 병인을 만든 샤르코의 노력으로 신경학적 감별진단을 하게 되었다. 이로써 절대 진단만 하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감별진단이 가능한 진짜 의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결국 히스테리 환자의 위장의 문제로 샤르코는 투쟁에서 패배하고 그 자리를 정신분석학에 넘겨주게 된다.
히스테리 환자는 정신요양원 내부의 광인이 아니고 병원의 환자가 되었고 의사와의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면서 최대의 쾌락을 얻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최대의 불행’을 안겨주었다고 썼는데, 우리가 성현상을 의학에서 다룰 실마리를 주었다는 것은 모든 심리적인 것을 정신분석학에 의지하게 되었다는 계기로 이해해도 될까? 광기를 진단하기 위해 가족과 어린 시절의 생활까지 조사하고 기록하여 원인을 찾아내는 방법은 현재 정신분석학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결국 거칠게 말하면 같은 것에 다른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는데, 의학적 지식과 병리해부학적 근거도 없이 의사가 부단히 구축해 온 정신의학의 권력에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비정상인들』의 첫 장에서 푸코는 정신감정 보고서를 인용하며 ‘정신분석학적-형법적 위부의 이론’을 설명한다. 정신감정 보고서는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사람을 죽이는 제도적 힘을 가진 담론’을 드러낸다. 푸코는 우리 사회의 사법제도가 사법 기관에 의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담론, 진실의 담론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담론 위에 세워졌다고 주장한다. 사법이 사람을 죽일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극단적 지점에서 사법은 위부의 담론을 정립했고 학자로서의 위부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위부는 그로테스크한 권력을 가진 인물을 뜻하며 “하나의 담론 혹은 한 개인이 자신의 내적 자질만으로는 도저히 가지지 못할 권력의 효과를 자신의 지위에 의해 가지고 있을 때” 그로테스크라고 한다. (미셸 푸코 『비정상인들』, 동문선, 28쪽) 이러한 ‘합법적이면서 자격이 없는 한 담론’에 의해 현실 속에 만들어진 권력의 효과가 위부 이론에 나타난다. 즉 사법 제도에서 진실의 담론으로 이용하는 정신감정 보고서가 결국 우스꽝스러운 담론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신감정은 “그 자체로 범죄가 아닌 다른 많은 것들을 법에 규정된 범죄와 합쳐 두 겹으로” 만든다. 범죄 이전에 했던 행동들은 범죄는 아니지만 범죄와 비슷하며 그것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과 위험성을 내포한다. 감정적 불균형과 정서적 혼란은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도덕적, 윤리적 규칙에는 어긋난다. 이로써 정신의학자에 의해 제시된 정신감정서는 사법 기구가 처벌해야 하는 실체가 된다. 이것은 재판관이면서 동시에 의사인 존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신의학자가 정신감정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그가 위험한가, 형사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가, 치유되어 사회에 재적응할 수 있는가다.

최근에 미국에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던 멕시코 원주민의 실화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멕시코 국경 주변에서 양을 치던 여성은 길을 잃고 미국 영토로 넘어가게 되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양을 치던 그녀는 영어도 스페인어도 아닌 원주민 말만을 할 수 있었는데 아무도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그녀를 조현병이라며 정신병원에 감금했다. 그녀가 조현병이라고 진단한 것은 정신의학자일 것이다. 정신감정서에서 그녀를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면 그녀는 감옥으로 갔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정신분석학적-형법적 위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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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abina님의 댓글

larabina 작성일

수업 내용이 촘촘하게 다시 복사되는듯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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