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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세미나 [심신탄탄 세미나 시즌1] 에세이_장윤진

2024.09.15   조회수 122회    장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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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마음의 평화

 어릴 적부터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했다. 나만의 고요한 공간에서 음악에 빠지는 것을 좋아했다. 음악은 나만의 도피처이자 이데아였다. 좋아서 듣는 것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나에게 주는 부담감, 학업이나 취업, 인생의 공허함 등을 잠시 동안 잊게 해주는 엄마의 자궁 같다고나 할까?
 자궁 속에 들어 있는 태아에게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는 궁극의 평화와 풍요의 자장가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 같은 엄마의 숨소리는 태아를 부드럽게 얼러준다. <감각의 박물학 p310>
 감각의 박물학 청각편에서는 인간이 음악을 배우지 않고도 이해하고 그것에 반응한다고 한다. 또한 음악은 뇌는 물론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들도 음악에 반응하며 갓난아이도 음악에 반응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음악은 영혼과 함께해 왔다. 음악을 배우지 않고도 모든 사람들이 음악을 즐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취미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전쟁에서 폐허가 된 도시에서 피아노를 치는 주인공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삼십대 초반에 인생의 쓴맛을 겪으며 방황을 심하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해야겠다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면 안 될 것 같은 강렬한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35살 늦은 나이에 피아노의 p자도 모르면서 무작정 성인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당시에 나름 인생을 걸고 기술사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공부보다 피아노연습을 더 많이 했을 정도로 열정 넘치게 시작했다. 실력은 초등학생 수준이었지만 어릴 적부터 로망으로 갖고 있던 피아노를 치는게 너무 재밌고 즐거웠다. 뭔가 직장생활을 하며 수험생활까지 하는 삶에서 힐링하는 활동을 찾은 느낌이었다. 인생관도 바뀌었다. ‘고양이를 기르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고독한 중년아저씨’가 되는 것을 목표로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취미활동으로 하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바이올린은 원래 배울 생각이 없었는데 피아노 원장선생님이 학원에서 바이올린도 같이 가르치고 계셔서 가끔 바이올린을 해보라고 권유하셨고, 3년 전 가을에 무작정 ‘파헬벨의 캐논‘이 연주하고 싶어져서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 고생길의 시작이 될 줄 몰랐다.
 최근에 턱받침을 교체하고 정비도 받을 겸 바이올린을 구입한 공방에 갔다. 공방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바이올린은 클랙식을 좋아하는 누구나 로망이 있는 악기지만 현악기 중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워서 시작 한지 1년 안에 10명 중 8명이 그만두고 나머지 1명은 다음 해에 그만둔다고 하셨다. 나도 역시 2년 차에 아무리 연습을 해도 맑은 소리가 나질 않고,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나서 연습을 하면서 매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였다. 안 그래도 청각이 민감한데 듣기 싫은 쇳소리 들으면서 이 나이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계속 해야 될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는데 어느 순간 내려놓은 순간이 왔다. 문득 유투부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바이올린리스트도 천천히 같은 동작을 도 닦듯이 수없이 연습한다는 영상이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도 두 마디 연습하는데 7시간을 한다고 하니 고작 한 두 시간 연습해서 원하는 소리가 나길 바라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후로 레슨샘이 강조하시는 자세와 기본연습을 통해서 무사히 슬럼프를 극복했다. 이 때 하심당에서의 명상과 아우토겐트레이닝이 도움이 많이 됐다.
 아무튼 공방사장님은 나이도 있으신데 지금까지 하고 계셔서 대견하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직장인들이 바이올린을 꾸준히 하려면 인내심도 있어야 하지만 삶이 안정되어야 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깨달음이 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방황만하고 살고 사회부적응자 같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삶이 안정되었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사실 지금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토록 원했던 마음의 평화를 바이올린 수리를 맡기면서 원래부터 있었던 마음의 평화를 인지하게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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