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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세미나 [심신탄탄 세미나 시즌1] 신체일지(9) 박태홍

2024.09.12   조회수 124회    박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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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으로, 더 깊고 먼 곳으로, 길을 찾아 걸어온 나이 유랑길은 실상`길을 잃는 일이었다. 나는 기꺼이 길을 잃어버렸고 비틀거리며 헤맸다.
길을 잃어버리자 길이 내게로 걸어왔다. 하나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반드시 다시 열린다. 나만의 빛나는 길은 잘못 내디딘 발자국들로 인하여
비로소 찾아지고 길이 되는 것이니.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두려워 마라. 너만의 길로 걸어가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박노해 길-



<세계로 가는 열쇠, 감각..! 너와 친해질 수 있을까.>

상담선생님이 오늘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태홍씨는 왜 그렇게 청년들에 대한 말을 자주하지요..? 청년들을 자꾸 쫓아다니고 싶어하는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런거에요??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청년들은 나에게 또래를 지칭합니다. 또래와의 관계를 내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갈망하고 있었던 걸까 저에게 묻게 됩니다. 또래는 저에게 친구를 의미합니다. 또 이어서 10대에 관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결핍으로 고스란히 남고, 그 시기에 그 나이에 충족되지 못한, 해소되지 못한, 욕구는 고스란히 제 일상에 다시 올라오고, 채워지지 않기에 갈망합니다. 나는 어땠길래. 내가 원했던 욕구를 알지 못했을까요. 또 해주지 못했을까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할까요.?? 

중3때 부터인가 저는 거울속에 제 모습에 대해 많이 민감했습니다. 집에 갈때 자동차에 백미러로 보는 제 외모를 보고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당시에 얼굴에 흉터가 있  었는데, 그 부분이 늘 눈에 각인되서 보이고. 제 얼굴에 흠집으로 보였고, 앞머리를 늘 앞으로 내리면서 다녔습니다. 미용실에서도 얼마나 내 모습을 보는게 힘들었는지요. 거울속에 나는 되게 못나보였습니다. 이렇게 속으로 불편해해도 가족이나 친구한테 제 고민을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속으로 묵혀두었죠. 군대에서도, 대학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거울만 눈 앞에 보여도 저는 늘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더 심해져 심지어는 휴대폰 액정만 보여도 경직되었습니다.오랜 세월 저는 제가 왜 거울만 봐도 불안하고 , 내 얼굴을 보는게 왜이렇게 나를 불안하게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정토회에 유수스님에게도 이런 괴로움으로 
 질문을 한적이 있는데 스님께서는 신경이 너무 예민하니 자신의 얼굴에도 사로잡히는거다라고, 정신과에 가보아야 한다고 해주셨습니다. 정신과에서는 이런 문제의 근원이 불안에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외부에 거울과 내 모습만 보면, 내안의 불안과 두려움이 나오는 겁니다. 그렇게 불안과 두려움에 실체를 만들어 내서 나를 진정시킵니다. 오랜시간 내안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내 자신도, 외부도, 거울도 모든 세상을 불안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길가는 사람의 얼굴에 흉터를 봐도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또 불안해지지 않을까, 거울이 있지 않을까, 외부사람의 얼굴에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경직되고 긴장된 몸으로 길을 걸었습니다. 학교에 연기교수님에게 이렇게 내 모습이 싫어진다고 괴로움을 털어놓은적이 있습니다. 그때 교수님이 "태홍아 숨을 쉬어.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는걸 느껴봐.그리고 지금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봐" 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숨을 쉰다는 것, 호흡을 느낀다는 것은 나의 감각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그럴때 지금 현재의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현재에 있을때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현재 이 순간에 있지 못했기에, 감각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외부와 관계맺었을까요.
 중학교때 중간 방학이거나, 개학을 하면 나는 현관 베란다에 나가서 아이들을 보곤했다. 방학이라고 다시 친구들을 마주하는게 나에게는 낯설고 어색한 일이었나보다. 그렇게 학교를 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면 어머니는 왜 가방메고 안가냐고 넌지시 말을 꺼냈는데. 나는 내 심정을 숨기기 급급했다. 외부세계가 많이 낯설고 두렵게 느껴졌기에 나는 갈등을 많이 피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축구시간에 내가 골키퍼를 보았다.  준민이라는놈이 나보고 그것도 못 막냐고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다. 몸은 오히려 더 경직되서 그런지 나는 골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그 녀석은 계속 그것도 못 하냐고 답답해 했다. 그 친구는 자기의 화난 감정을 마음껏 표현했지만, 나는 그 녀석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기죽고 혼자 참고만 있었다. 또 어느날은 그 녀석의 옆자리에 내가 앉게 되었는데. 나보고 지우개좀 빌려달라고 했는데, 나는 "나 없는데"라는 말을 못하고 다른 사람한테 지우개를 빌려서 그 녀석에게 지우개를 주었다. 나는 준민이 옆에 앉으면서 긴장했고 어색해했고 어려워했다. 준민이는 나랑 초등학교 3학년인가 같은 반이였는데. 기억나는건 그 녀석이 내 친한친구에게 뭐라고 했고 나는 그녀석에게 화를 냈다. 그때는 내가 기가죽지 않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고등학교때 다시 만났고. 서로 아는체는 하지 않았다. 분명한건. 초등학교때는 내가 녀석에게 기죽지 않았지만, 고등학교때는 녀석에게 위축되고 긴장해했다.

고등학교에서는 불편해도 함께 있게 되고, 정해진 일상들이 있다. 그렇지만 대학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 편하지 않은 것은 내 마음대로 회피하고 도망치고 안할 수 있다. 나는 학교 도서관 아주 조용한 계단 구석에서 책을 종종 읽곤했다. 거기는 참 조용하고, 아무나 쉽게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열려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아주 조용한 공간이었다. 나무계단에서 허리를 등에 대고 소음도 없는 조용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 눈에 띄는 책상이 아닌, 아무도 보지 않고 나만 나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조용한 공간은 나를 쉬게 해주었다. 학교 길을 걸으면서도 나는 늘 신경이 쓰였다. 누구를 만나는게 아닐까. 몸에 긴장이 가득하고 편하지 않았다. 시선이 나한테 가있지 않았고, 늘 외부에 쏠려있었고, 조금이라도 아는 얼굴을 만나면 여간 신경쓰인게 아니었다.

감각은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더 약해지고, 조그마한 자극에도 예민하고 참기 어려워집니다. 20대가 되서 내 감각은 이제 불편하고 낯선것은 본격적으로 피하기 시작합니다. 10대때 느꼈던 두려움과 무서움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방어하고 싶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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