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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세미나 [심신탄탄 세미나 시즌1] 신체일지(8) 박태홍

2024.09.04   조회수 144회    박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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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야 문제는 관계라니까.!!

- 최근에 대학병원에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신장에 문제가 있는건 맞지만 경미한 수준이라서 따로 치료하지는 않고 더 지켜보자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고미숙 선생님의 책을 읽는데 신장은 청각과 연관이 있다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감각의 박물학 청각부분에서도 제가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면 귀를 닫거나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너무 힘들어 한다는 부분에서 글을 써보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나에게 신장의 문제, 청각의 문제, 귀를 열기보다 쉽게 닫는 문제를 탐구해 보고 싶습니다. 우선 저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제가 공감이 많이 가는 캐릭터는 사도세자와 카프카입니다.  사도세자와 카프카 모두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그에 따른 갈등이 무척 심했습니다. 결국 사도세자는 죽음에 이르렀고, 카프카도 아버지를 원망하는 편지로 길게 썼습니다.
장금쌤께서 저에게 정신과 약과의 관계를 이제는 다르게 맺어야 하지 않느냐고 조언해주었고 그것을 오늘 실천했습니다. 의사선생님께 약을 이제는 줄여나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좋다고 대신 정말 천천히 끊어보자고, 일상에 감정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잘 알아야 한다고 약으로 도움 받은것이 없으니, 감정이 부정적으로 쉽게 흐를 수 있다는걸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해줍니다. 정신과 약을 필요로 한건제 몸에 불안과 긴장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상에서 제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불안과 긴장 이였습니다. 아버지는 목소리가 무척 크십니다. 집에서 어머니의 살림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친 말투와 욕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런 소리들은
제 심장을 늘 쪼이고 긴장되게 만들었습니다. 소리에 대해 저는 많이 예민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쉽게 놀라고, 조금만 목소리가 크거나 쎄거나 그래도 견디지 못하고 힘들어 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의 소리에 상처입어서 그게 트라우마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또 아버지는 무척 성실하고 자수성가하셔서 돈에 대한 집념과 성취가 대단하십니다. 부도 크게 이루었고요. 영조에게 사도세자는 늘 부족한 왕세자였지요. 영화에서 사도세자가 조금만 실수하거나, 흠이보여도 영조는 엄격하게 대합니다. 사도세자는 늘 부족하고 위축되지요. 카프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의 당당한 체구, 생활력,
부지런함,경제력 .반면에 카프카는 무척 섬세하고 예술적이고 지적인 사람이였습니다..그렇기에  카프카는 내적으로는 전혀 친밀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듣기 싫은 소리들이 집안에서 너무나도 많이 들릴때 취하는 선택중 하나는 귀를 닫고 다른 행동에 빠지는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엄한기준으로 ~하면 안된다.~해야한다. 쉴세 없이 이야기 할때면 귀를 닫아놓고 제 세계로 그냥 빠져들어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아버지한테 듣기 싫으니 그만 말해달라 혹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 라고 저항 혹은 반항할 줄 모르고 오로지 조용히 순응할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와 같이 가는 공간에서는 귀를 닫는게 저의 최상의 선택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나는 정말 서로 특성이 너무나도 다른데, 본인처럼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본인의 삶으로 내가 접속되길 원했지만, 결국 저는 어떤 세계로도 접속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지도에서도 길을 잃어 버렸고, 내 지도는 원래부터 없던것 마냥 나에게는 깜깜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나는 가족에서도, 세상에서도, 나로서도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오직 불안과 긴장만이 내 몸을 지배했을뿐. 그럴때 나의 청각,미각,촉각,시각,후각의 역량은  퇴화해 버리고 무능력해져 버립니다.

최근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바뀌었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내가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겁니다.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렸는지요. 아버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때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는게 걷는게 편해집니다. 귀를 열었을 뿐인데, 몸도 예전처럼 위축도 덜되고, 편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위축이 안되고 편하게 느껴져서 귀를 열게 된 것이기도 하겠지요. 타인과의 네트워크는 고사하고, 오랜시간 나와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나와의 네트워크가 형성이 안되니 누구와도 네트워크가 형성이 안된거지요. 어느 순간 아버지의 네트워크와 부딫히고 부딫히다보니 점점 서로 교감되어지는걸 느낍니다. 결국 네트워크는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서로 부딪혀봐야지 만나게 된다는것을 알게 됩니다. 어려서는 10대에는 나도 여리고 약했기에 부딪히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된 나는 다릅니다. 부딪혀도 내가 부서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부딪히고 갈등도 일어날때  네트워크는 서로 접속이 된다는걸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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