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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세미나 [심신탄탄 세미나 시즌1] 신체일지 장윤진

2024.08.28   조회수 135회    장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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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에 대하여
 어릴적부터 시끄러운 곳을 싫어했었다. 감각의 박물학 청각편을 읽으면서 운명의 장난처럼 운동하면서 이어폰이 고장났다.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를 맡겼으나 기사님 말로는 새로 구매 해야 한다고 한다. 이어폰을 교체하라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여 미련 없이 최선 버전으로 구매했다.
 여기까지는 뭐 그러려니 했다. 고장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의 이어폰에 대한 집착이었다. 고장난 날부터 한쪽만 나오는 이어폰이 너무 불편했다. 운동을 하면서 유투브와 음악을 듣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는데 당장 그걸 못하니 허전하고 불안하면서 뭔가 신체의 일부가 없어진 느낌마저 들었다.
 다음날부터 이어폰 배송이 언제 오는지 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정도까지 불안해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왜 이렇게 이어폰, 청각에 집착을 할까 궁금했다.
 중학교때 부터인가 새벽이나 깊은밤에 라디오 듣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음향엔지니어를 꿈꾸었었고, 악기에 대한 로망이 있어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보다 기호적으로 음악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욕심으로 이어폰, 헤드폰 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명리학을 배우면서 수기운은 귀, 즉 청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사주에는 수기운이 강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청각에 집착했나 싶기도 하다.
 콘서트장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에 모두들 열광한다. 클럽 같은 곳에서는 시끄럽고 자극적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억압된 감정을 풀어낸다. 음악은 잠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고 무언가 이상세계에 접속하는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에 현실이 힘들고 외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수록 음악에 집착하기 쉬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원하는 소리에만 집중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시끄러운 소음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도피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주는 기분 좋은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이 큰 것 같은 느낌이다. 무한 경쟁 사회가 주는 학업, 취업, 직장, 인간관계 등의 스트레스에서 도피하기 위해 음악에 집착한 것 같다.
 현실을 받아드리고 인정해야 망상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나는 그동안 시끄러운 타자와 장소는 배격하고 미래의 이상향만 그리면서 살아온 것 같다. 음악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다. 최근에 인문학공부를 하면서 앞으로의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볼 결심을 했다. 지난 40여년간 살면서 의지적으로 억지로 열심히 살아왔다면 나머지 여생은 자연의 흐름대로 기운의 흐름대로 살아보려고 하고 있다. 우선 청각에 대한 집착부터 내려놓고 새로운 방향으로 감각을 바라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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