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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일상

<목요 기초 탄탄 스쿨> 6주차 후기

2024.09.12   조회수 200회   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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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9시 무렵,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과 수업 시간에 맞추어 걸음을 빨리 하는 학생들 사이에 서 있다가 내리는 충무로역, 

여기 2번 출구로 걸어 올라 오면 목요일이 그제야 비로소 시작되는 기분입니다. 

묵직한 가방을 메고 올라 오는 등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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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씩씩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익숙한 뒷모습을 혹여 보신다면 바로 접니다.

골목과 골목을 찾아 들어가는, 낯설지만 익숙한 길을 따라 9월 초순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공부를 찾아, 진리의 바다를 품은 학당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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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접어 들어 다시 한 번 안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보이는 

우리만의 학교 가는 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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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안내문이나 간판이 없어 헤매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눈에 잘 보이는 노란색 간판이 반가운 입구

여기 3층에 <하심당>이 있습니다.

 

어디 가서 자기 소개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심당에서 공부하는 강**입니다" 하게 되는 우리 학교.

귀소본능처럼 <하심당>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있더라구요.

 

이 간판 안에는 공부하는 장소 하나만이 아닌,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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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홈!!!>>

우리의 영원한 반장님이자 조장님, 나영쌤이 귀국하셨습니다.

어렵고 고된 장거리 비행 마치시고 시차 적응도 안 된 컨디션으로도

공부를 하시러 오시다니...! 감동입니다!!!

오시면서 추석을 앞두고 삼색 송편도 챙겨 주시니 더더욱 반가워요.

달지 않고 보들보들한 송편이 정말 맛있고

<수영 스쿨>의 이수영 선생님도 앞접시와 포크를 챙겨 드시니 수업이 조금이라도

송편처럼 보드라와 지려나 했지만...두둥!

바로 제가 푸코 정리문 순번 차례였는데 글쎄, 다음 주로 잘못 알고 숙제를 안 했던것입니다(허허허~먼 산 바라보기).

뭐, 날짜만 보고 차례를 기억하지 않았던 제 탓입니다.

급한대로 말로 정리를 한다 하였지만 될 턱, 은 없지요, 당연하게도.

그래서 숙제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다음 주에는 쬐끔 덜 혼나는 정리문 쓰겠습니다.

 

당장 숙제가 머리에 쾅! 떨어지고 나니 수업 시간동안 어찌나 집중을 해야 했던지요.

정신 의학이 발견하고 개발한 <개인>이라는 개념은 

주권 권력에서 규율 권력으로 넘어 온 근대 이후 

신체의 자원화를 만들어 가면서

사법 기관과 정신 의학이 때로는 협력하고 혹은 반목하며

권력을 휘어잡는 그 역사적 계보를 푸코처럼 파고들고 나열하고 기술하는 철학자가 있을까 싶지만

천부 인권이라고 착각(!)하고 살아 온 지난 시간을 뒤집는 역설의 공부입니다.

푸코를 배우기 이전과 이후가 분명히 달라야 하고

플라톤주의가 관통하는 생각의 체계를 알고 더듬어 올라가 보면 

세계수의 꼭대기를 약간이라도 견식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푸코의 <비정상인>을 읽는 내내 

"왜 우리는 비정상이 되어야 했을까?"

를 염두에 두게 됩니다.

규율 권력의 하부 구조인 공립 학교에서 학습된 나 자신에게

푸코는 무슨 말을 해서 "정신차려!" 라고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지금까지 했던 철학과는 그 궤가 다른 푸코와는 낯을 많이 익히기는 했어도

여전히 진의를 알아듣기가 까다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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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이 되어 깨봉 빌딩으로 올라갑니다. 

건물주님이 진짜 도깨비 방망이이라고 지으셨다는 실명(!) 빌딩 이름에 

2년 전에 왔던 처음부터 잊혀지지 않습니다. 

여기 3층 주방에서 점심을 챙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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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12일 목요일의 점심

이미 보들보들 삼색 송편을 간식으로 푸짐하게 챙겼으니 욕심내지 않고(?) 담아온 밥.

서울 시내에서 평양 냉면 한 그릇에 만 칠천원 냈던 지라 감사하게 먹습니다.

다 먹은 후 작은 빵 조각으로 접시에 남은 양념과 반찬 국물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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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어나 하는 설겆이

이 점도 깨봉 주방의 장점 중 하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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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맛있게 먹고 설겆이도 하고 나면 

남산 둘레길로 느긋하게 걸어 올라 갑니다.

비가 부슬부슬 떨어져 우산을 펴고 올라 가는 길에 있는 중구 요양 센터

살아있음과 살아있지 않음의 경계선이 이 건물 안에 있지요.

生의 반대말은 非生이라는 느낌이 잘 담겨있는 건물과 두 다리로 산책하는 나 자신의 거리가 그닥 멀지 않고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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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가지에 방울방울 맺혀있는 물방울들이 아직 늦여름의 끝자락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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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둘레길 가는 데크

 

서울 사는 호사가 뭐 다른 것일까요?

바로 이렇게 공부하고 오분 남짓 걸어 찾아드는 자연이 바로 곁인 서울

이 자체가 사치고 호사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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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난간을 타고 위로 또 위로 올라가는 담쟁이 덩쿨

줄기를 고정시키는 삼발이 촉수가 든든하게 잡아줍니다.

아마 10주 정도면 찬 바람이 불어 색이 변하고 말라 가겠지만

그래도 오늘 이 순간엔 성장에 힘을 내고 있는 작은 생명.

네게서 진리를 배우는구나!

주변 모든 것이 배움을 베푸는 스승인 것을 산책길에서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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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산에 핀 죽련화 꽃송이가 떨어진 줄 알았지만 다시 유심히 들여다 보니 

꽃이 아닌 버섯 균체라 

진짜 눈이 동그랗게 되던 데크 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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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종류의 균류 버섯인 줄은 당최 알 턱이 없지만(다음 꽃검색에도 없더군요)
이렇게 곱디 곱게 생명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버섯은 오늘 박장금 선생님께 배웠던 12운성의 장생(長生)의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무럭무럭 성장하는 이 작은 버섯에게서도 한 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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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해외 교포로 오래 있다 보면 애국가를 곰곰히 생각하며 부르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바로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바로 이 나무구나 싶었습니다.

적어도 윤보선 대통령 시기 때부터 있었을 듯한 수령 50년 이상의 나무가

무성히 숲을 이루는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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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산에 와서 소나무 아래를 산책하는 오늘 이 순간은

<하...살아서 다행이야!> 라는 혼잣말이 저절로 나와요.

살아 있으니 공부하러 하심당에 오고 도반 선생님들 뵙고 어려워 낯가리던 푸코랑도 친숙해져 가는 시간이 차분하게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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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인지

호젓하게 산책로를 독점합니다.

숲 속의 둘레길을 자박자박 걷는 제 발소리와 가을의 전령인 귀뚜라미 울음만 가득히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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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이보다 더 많은 낙엽 더미가 

보스스 내려 앉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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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편찮으시던 조혜영쌤의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세미나 발제 하는 

하심당의 오후입니다.

여성으로 태어나 성장했고 사춘기 임신 출산 등등의 과정을 지나쳐 온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김혜경 쌤 말씀하셨던 것처럼 딸도 읽었으면 좋을 것 같아 권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

더구나 혜영쌤 발제에는 책의 정수가 쏙쏙 담겨 있어 

발제문을 읽기만 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지요. 

"폐경기 이후의 여성의 역할은 진실과 지혜로 공동체에 씨를 부려주는 일(369쪽)" 의 구절엔

형광펜으로 밑줄 쫙 그어 놓았습니다.

그게 무언지 궁금해서 찾아 온 바로 여기 <하심당> 이니까요.

 

바로 오늘이 제가 소속된 우리 <하심당>의 하루였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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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님의 댓글

수민 작성일

샘의 하루를 사진과 함께하니 저 또한 그날을 다시 그려보게 되네요 ^^
오랜만에 함께한 반가운 나영샘, 삼색 송편 그리고 영선샘의 사분의 일쪽 샌드위치로 대신한 점심,
아픔에도 불구하고 발제를 끝까지 마치신 혜영샘의 책임감까지. ㅎㅎㅎ
덕분에 사진으로 비오는 남산길도 산책하고~ 언제 다시 들러도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세세하게 담아주신 후기 감사합니다^^
맨 앞자리에서 바른 자세와 씩씩한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다양한 경험담들 항상 재미있게 귀담아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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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님의 댓글

김밥 작성일

정희샘의 씩씩한 브이로그^^ 열심히 사진찍은 모습 보면서 귀욤미 뿜뿜이 느껴졌네요~ 다양한 것을 담은 후기 잘 읽었어요~ 샘과 조별 모임하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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