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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일상

2024년 기초탄탄 1학기 2주차 후기

2024.03.05   조회수 148회   이종숙 알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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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당 목요 기초탄탄 스쿨 / 2주차후기 / 240304 / 이종숙(알비나)

 

 

낯설음에서 친숙함으로, 모름에서 앎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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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부터 재미를 붙인 도봉산 등반을 했다. 새봄(갑자기 봄이라는 글자가 낯설다)을 알리려는 따사한 햇볕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추운 봄날 나는 눈이 쌓인 산을 기어이 다녀왔다. 이유는 하나, 겨울 내내 써보지 못한 아이젠을 써보겠다는 것. 참 단순한 이유가 아닌가. 소소한 장비빨(^^)로 우이암에 올라 그 멋진 풍경을 보고 왔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오를 땐 벅차지만 친구와 함께 올라가는 등산은 이제 내 삶의 큰 활력이 되며 신체와 정신건강에 일조하고 있다.

하심당 두 번째 가는 날. 나는 평소보다 빨리 도착했다. 지난주 각잡고 앉아 공부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터라 책상을 흩트리기 위해서다. 삐뚤어진 자세로 조금은 편안하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조금은 둥그렇게 다른 도반들의 얼굴도 볼수 있도록 둥근 반원으로 만들었다. 도반들도 선생님도 좀 더 편안해 하셨다. 다행이다. 더 편안히 앉아 공부할 수 있도록 계속 시도해봐야지.

1교시, 수영샘은 상세한 예시로 어려운 푸코 사유의 원천을 이해시켜 주시고 있다. 아직 내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정리를 해보면 푸코 사유의 원천에 에피스테메(인식형식)가 있고 그것은 니체와 칸트의 a priori(선험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푸코는 선험성을 역사적인 것으로 보았고 각 시대마다 인식형식(에피스테메)가 다르게 존재하는데 르네상스, 고전주의시대, 근대의 세 층위로 나누었다고 하셨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1961)에 대해 살펴보면 광기가 정신질환이라는 것은 근대에서 형성된 것이고 르네상스 시대엔 광기에 대해 우주의 비밀을 아는 지혜로 이해했지만 점점 망상, 착각 같은 비판적 시선으로 보는 것이 우세하게 되어 바보들의 배라는 것에 태워 이곳저곳 여러 도시를 떠돌게 하며 유배시켰다고 한다.

고전주의 시대는 대감금의 시대로 자칭 성실하고 이성적인 자라 여기는 부르주아가 게으르고 비이성적이라 생각되는 사람들 (개념적으로 특별한 에피스테메가 있는 사람들)을 묶어서 모두 고립시키고 경제적(물리적), 개념적으로 배제를 시작하게 된다.

근대시대에 들어와선 광기와 이성은 완전히 분리되는데 그전까지는 도덕적 비난이 되거나 위험한 존재로 관리대상일 뿐이었지만 치료대상이 되면서 광인은 감옥과 병원의 중간쯤인 수용소에 감금되고 자기가 자기를 관찰하게 만들었다.

임상의학의 탄생(1963)을 보면 환자에 대한 공간화 양식을 1.개념적 공간, 분류(1차적 공간) 2. 신체(2차적 공간) 3. 사회(3차적 공간)으로 개념화 했다. 고전주의 때 환자의 신체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이 덮친 후 관찰이 중요해지면서 임상의학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구획을 나누고 백과사전식 체계가 아닌 관찰,지식이 더해진 정보체계가 중요해지면서 의사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자’(정상화 시키는 자), ‘규범의 창설자로 여겨지게 된다. 인식론적 변화도 생겼는데 시선이 중요해지면서 질병은 현상(증상)의 집합, 빈도, 측정, 사건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후에 해부학으로 진행된다. 해부임상학으로 관찰(질병의 진원지)가 중요하게 된다. 이제 죽음은 생명, 질병을 알도록 하는 것이고 내 삶의 특정 양태가 질병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질병은 병리학적 생명이란 개념이 생기게 되면서 내 삶의 주기적 관리를 하는 의학이 중요해졌다.

근대 인식론의 특징은 가시성이다. 노동, 생명, 언어에 대해 다룬 부분이 인간을 분석한 부분이고 여기까지가 고고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계보학(감시와 처벌1975)부터 권력, 지식을 다루었는데 니체의 권력의지는 생명적 현상이고 생산적인 의미를 지닌다. 즉 권력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서 작동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예를 들면 파놉티콘은 모든 걸 보는 장치로 소유자(간수) 없이도 죄수들이 행동을 조율하게 만드는, 시설 자체가 권력으로 작동한다는 권력의 장소(장치)를 말한다. 오늘날도 학교(시험), 병원(회진), 군대(사열)등등 주변에서 권력이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위험인물은 규율 권력의 공정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철학 강의는 어려운데 들을수록 흥미롭고 궁금해진다. 이게 철학을 배우는 맛인건가^^

2교시 장금샘의 강의는 마르셀 그라네의 중국 사유라는 책을 가지고 얘기하셨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증명이 중요한 서양과 달리 증명보다는 효능감을 중시하는 동양의 사유가 맘에 들었다.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그것에 순응하며 그 자체로 살아가려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진화의 개념으로 보는 서양과 달리 변화,리듬,순환으로 보는 동양의 사유... 어쩜 이리도 다르게 사유방식이 형성되었을까? 정말 단지 동쪽과 서쪽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이었을까? 금기를 띄고 있는 서양과 목기를 띄고 있는 동양. 비교하며 들으니 흥미롭다. 철을 알지 못하는 자를 철부지라 말하는데 우리가 흔하게 쓰는 단어에 깊은 뜻이 들어있음을 새삼 느낀다. 대나무에 마디(=)가 있어야 꺾이지 않고 더 튼튼하고 쭉쭉 자랄 수 있다는 원리..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트를 들여다 보니 엄청 많은 것을 배웠다. 이렇게 배우다간 엄청 똑똑해 질 것 같다. 어려운 건 알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배우려고 들어온 하심당인데 너무 열심히 하는 건 체질에 맞지도 않고 다 기억하려니 머리도 아플 것 같고..ㅎㅎㅎ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개념들이 나의 무지함을 자각하게 만들며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헛웃음이 지어지기도 하지만 한주 한주 지나면서 하심당의 공간이 편안해지고 익숙해지듯이 나의 사유도 푸코를 닮아가며 통념에 대해 의심하며 회의주의적 인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30대엔 관심이 1도 없었던 철학을 이제 적당한 때(?)가 되어 산을 오르듯 배움의 현장에서 함께 하는 선생님과 도반의 힘을 빌려 같이 4학기까지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기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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