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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일상

하심당 2학기 3주차 수업 후기

2024.05.23   조회수 255회   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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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고 청명한 초여름 하늘 아래 산책하는 남산이 더욱 눈부시게 다가오는 날입니다.  가벼운 옷차림과 운동화를 신고 타박타박 걸으며 지혜의 바다를 함께 항해하는 도반들과의 좋은 시간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이기는 해도,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빛은 오래오래 기억될만한 5월 23일 목요일 3주차 수업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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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심당에 도착하니 자리 배치가 바뀌어 있었어요. 맞바람이 잘 부는 교실 구조의 특성과 동선을 새롭게 구상하셨다는 장금쌤의 설명이 잘 맞아 들어간 교실에서 1교시는 수영쌤과 푸코를, 2교시에는 <중년의 발견>  처음 부분에 관해 발제를 해 19세기부터 새롭게 등장하는 중년이라는 과제에 대해 그 기원과 역사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미 중년의 길을 걷고 있는 저야 주제가 새삼스러울 없는 {내 이야기}였지만 우리 막내 도반님께는 미래를 예지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넓고 깊은 공부를 해 나가는 든든한 초석이 되길 기도해요. 하지만 이미 중년 여인네에게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거론하며 주름 이야기를 본문에서 정색하고 다루면 눈이 흐릿해 집니다. 그렇게 자세히 알고 싶지 않거든요! 

 3교시 공부가 시작되면 도반들의 질문이 늘어납니다. 우주적 지문인 사주, 특히나 지상에서의 일에 크게 관여하고 있는 지지와 맞물려 돌아가는 12신살 설명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궤뚫어 보고자 하는 열의가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신명나는 학습에 몰입하게 됩니다. 한국인들, 특히나 평일 하루를 온전히 공부에 투자하시는 우리 하심당 도반들의 열기는 보통 그 이상입니다. 그 열기로 하심당 강의실이 후끈해져도 집중하는 선생님들 모습에 같이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의 공부방이라 생각해요. 스스로, 자발적으로, 보상책이 없어도 남산 오르막을 올라오시는 우리 선생님들이 최고입니다.

 

 특히나 오늘 수영쌤의 강의는 기록으로 보존해야 할 듯한 명강의(!)라고 감탄을 강의 시간 내내 연달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정신의학의 권력>도 일 드 프랑스에서 강의 녹음본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똑같이 문자로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와 니체의 금욕주의를 대조시키는 설명엔 정말 입이 떡 벌어졌어요. 서양 철학의 거대 기둥 2개가 제 뇌속에 박히는 기분이었달까요. 오십이 되어서야 세운 이 기둥 위에 공부를 쌓아가면 얼마나 멋진 철학이라는 건축물이 지어질 지 기대가 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지요, 나는 왜 지금 푸코를 읽고 있는 것일까? 하고요.

 

 세가지로 추려 보면 첫번째, 스쳐 지나갔던 옛 인연이 떠올라 낡고 바래어진 사진첩을 새삼스레 들추어 보듯 푸코를 읽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암기해야 했던 여러 철학자의 이름 중에 미셸 푸코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수도 파리가 지구상 최고의 문화 중심지였던 20세기 초반의 선물을 듬뿍 받은 1926년생의 기린아는 정신 질환을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따른 양상과 함께 설명해 내었습니다. 차가운 보슬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축축한 11월의 파리 대학 대강당에서 청강생이 너무 많아 강의 시간대까지 변경해 가며 정신 질환의 역사를 대중에게 강의하는 푸코가 상상되기 때문입니다. 지성의 축제가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그 축제 속에 들어가 온전히 놀고 싶어 푸코를 읽습니다.

 두번째, 푸코는 대단한 철학자입니다. 이것에 반기를 들 자는 없을(이럴 때는 극소수일 것이라는 것이 더 합당한 표현이겠습니다만)겁니다.  하지만 대단하다고 모두 진실(혹은 진리)일까요? 철학과 진리는 엄연히 구분됩니다. 그 둘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책을 읽어내는 내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을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석학이 그 누구도 파헤치려 하지 않는 정신 질환을 탁월하게 연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합니다. 그 연구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잘 알구요. 1792년 의사 피넬이 누구인지 잊지 못하게 될 정도의 결과가 나올 정도로 유명한 철학자라 하여 그 주장을 반박할 수 없는 진리로만 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해 보고 싶어졌지요. 얼마 전 읽다가 충격을 받은 한 구절 "아인슈타인은 반동 학계 권위자다. 그는 기회주의자야! 미국 제국주의에 빌붙어 원자 폭탄을 만들었어! 혁명적인 과학을 이룩하려면 상대성 이론으로 대표되는 자산 계급 이론의 검은 깃발을...(이하 생략)" <삼체1, 류츠신 지음, 자음과 모음, p.98> 갓 중학교를 졸업한 열다섯살 홍위병은 아인슈타인을 깝니다.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을요. 아무리 소설이라 해도 충격이었습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아이가 기존의 것을 무조건 부정하기만 해야 했던 문화 혁명이라는 격랑의 시대 분위기에 휩쓸려 지식인을 죽이기까지 하는 이 폭력은 순진하게(?) 공부해 온 저에게는 새로운 논법을 가르쳐 줍니다. 무조건 순응하지 말고 비판도 하고 뒤집어도 보라고 말입니다. 바로 이 말을 푸코가 강의 내내 말합니다. 정신 질환은 의사들이 위험 요소를 만들어 환자를 통제하려 하고 그 반대편 환자들은 위장을 해서라도 대립하고 있는 거라고. 백치나 치매 환자라고 무조건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그 기원과 역사가 이들에게 어떤 규율을 덧입혀 왔는지 공부해 보란 말이야, 하고 말입니다. 푸코 또한 기존의 철학 기조를 뒤집고자 시도한 철학계의 레지스탕스였기에 그의 책을 읽어내게 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말이지요.

 세번째는 푸코를 그물로 삼아 지혜의 바다에 그물을 던져 큰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되고 싶어서입니다. 넓고 광활해 두려움까지 동반하는 지혜의 바다를 동경하는 이 본능에 따라 나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자기-자신이라는 큰 물고기를 잡아 끌어 올려 보고 싶어서 그의 책을 읽어냅니다. 그 푸코라는 이름의 그물로 잡아지는 것이 과연 무어가 될 지 모르겠지만 정신 질환과 진단, 병명으로 법적 제한을 내리는 의사라는 신체에 국가라는 규율 권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이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기-자신을 여럿 잡아간다면 내면에서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내리는 자기 검열이라는 판옵티콘을 기세 좋게 부숴 버리는 날도 오겠지요. 그 떄를 기다립니다. 되도록 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기는 합니다만......아시잖아요,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잘 생긴 바위가 그 절절하고 단단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산입니다.

 이 기운을 잘 받아 내셔서 더운 여름 수월하게 보내시고 모든 하심당 도반님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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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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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님의 댓글

김밥 작성일

선생님 후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마침 정리문 숙제하다가 머리가 띵해서 하심당에 들어오니 명랑하게 느껴지는 후기가 있네요~ 기억의 저편부터 시작된 푸코를 읽는 이유가 공감되어요. 연말에 우리는 푸코의 사유와 더 친해져있겠지요? 목요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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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님의 댓글

수민 작성일

뒷짐 지고 천천히 사색을 즐기는 전 주와 다르게 사진에 풍경 담기에 바빴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ㅎㅎㅎ
이렇게 강렬하게 푸코와 만나고 계시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하구요~
저도 멀미가 나더라도 도망치지 않는 것을 목표로 고기 잡는 샘 옆에서 잘 버텨보겠습니다 ^^
덕분에 단단한 기운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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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선님의 댓글

안미선 작성일

꽃보다는 나무의 이미지로 다가오던 샘이었는데, 후기에서도 그 힘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푸코가 말해주는 '사유체계의 역사'가 어렵지만 흥미로운  1인으로써,  샘의 푸코를 읽고 있는 이유에 전적으로  공감됩니다~~함께 지혜의 바다를 누려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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