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기초탄탄] 3학기 낭송 후기/가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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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9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하심당 기초탄탄 3학기 낭송 오디션을 했습니다. 2월말, 겨울의 끝자락에 시작한 기초탄탄 스쿨이 어느새 3학기 끝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물결 위에 있는 것이라고 장금샘도 말씀해주셨는데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와 습한 여름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가을이 오듯이 꾸준히 뭔가를 하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전환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이지요. 3학기를 마무리하는 가을의 낭송은 이제 겨울을 준비해야하는 계절을 맞아 우리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3학기 동안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이나 공부했던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낭송했는데요. 정희샘의 『동의보감』, 혜숙샘의 『비정상인들』, 희경샘의 『간지서당』, 영선샘의 ‘보왕삼매론’ 등이 등장했지만 가장 인기 있었던 책은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였습니다. 대부분 관심 있는 부분은 자신의 현재 고민이나 문제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덕분에 낭송을 연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낭송할 부분을 고르는 동안에도 자신에게 머물러 내면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낭송을 하려고 할 때는 무언가를 외웠던 일이 이십 년도 더 지난 일이라 외우는 회로 자체가 없어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답답했는데요. 3학기쯤 하다 보니 이제 외우는 세포가 조금은 살아났구나 싶기도 합니다.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한 뼘은 달라진 것이겠지요.
우리를 가장 감동시켰던 낭송은 희경샘이 낭송해주신 박노해의 시였는데요. 희경샘은 『간지서당』에서 선생님의 일간인 경금을 읽다가 이 시를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지금 계절은 가을로 가고 있고, 하심당에서 공부하는 우리들 대부분의 나이도 가을에 해당하는 중년이기에 경금 일간의 희경샘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 것이겠지요.
“우주 절기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여름의 불에서 가을 금으로의 변화”
“가을은 익어 가는 계절만이 아니다/갈라내고 솎아 내는 엄정한 계절이다”
(박노해, “우주의 가을 시대” 중)
여름에서 가을로의 혁신적인 변화 시기에 있는 우리는 갈라내고 솎아 내는 가을을 통해 겨울을 맞이하고, 또 새로운 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화려한 여름에만 머물려고 애쓰거나 가을의 결실을 거두는 데만 몰두하기보다는 다음을 준비하고 순환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가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가 되면 좋겠지요. 선생님들과 함께한 두 계절이 정말 금방 지나갔네요. 이제 3학기는 마지막 관문인 누드글쓰기만 남았어요. 역시 막막하지만 장금샘의 하심,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 말씀 덕분에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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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밥님의 댓글
김밥 작성일ㅎㅎ '분노는 에너지'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낭송을 외울 때 힘들기는 하지만 몸과 같이 호흡하는것 같아 좋은 것 같아요. 차분하게 그날의 현장을 스케치해주셔서 한분 한분의 낭송이 다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에세이 주간에 후기까지...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