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진 씨앗 - 아우토겐 트레이닝 8주차 종강 후기
본문
<던져진 씨앗>
"나는 (자기만의) 생명력을 믿는다."
혜경샘이 안내해주신 마지막 심층이완을 수행한 후 내면에 떠오른 씨앗말이다.
몸도 마음도 지친 어느날 고민하다 놓친 1주차를 제외하고 7주내내 아우토겐을 연습했다.
그동안 스스로 이완하는 방법을 배우며 더불어 나를 편안하게 내려놓는 실험과 수련을 실천하였다.
거의 두달만이다. 지금은 두달 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참 감사하다.
빼빼마른 심신으로 도착한 첫날, 장금샘이 맛있는 들깨시래기국을 사주시고 선생님들과 함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걱정어린 선생님들의 말과 따듯한 관심으로 기운을 잔뜩 얻었다. 아우토겐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참여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럽고 안심되었는지 모른다.
아픈 강아지를 돌보는 것에 대해 그의 생명력을 존중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전환의 씨앗을 심어주셨다.
그것이 퍼져나가 오늘의 씨앗말로 터져나온 것 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어린왕자가 그린 보아뱀을 엄마에게 가져다가 '이게 뭐로 보여?'라고 질문한 기억이 있다.
"정말 책속의 어른들처럼 모자라고 말할까? 누가 봐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인데? "
두근거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어른인 엄마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엄마는 시큰둥하게 '모자'라고 말했고
나는 "이건 보아뱀인데 바보들!"
혼자 키득거리며 혹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책을 바라 본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보아뱀이 모자로 보이기 시작한 어느 무료한 여름날, 어린왕자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지 마음대로 사는 말썽꾸러기. 무법자. 제멋대로 자기 세상안에 사는 애 , 별난 애 , 유치한 상상따위에 진지한 애 , 이상한 애로 보였다.
그리고 아우토겐 입문과정을 끝낸 지금 다시 모자가 아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보인다. 반가워라!
나이가 들어도 식욕이 왕성한 보아뱀 한마리가 여전히 꼼짝 못한채 머리속 페이지 위로 퍼져있다.
아무튼 상상력이 조금씩 제 자리로 힘을 찾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 나의 오래된 힘 , 우리의 친구, 태초의 것 -
어쩌면 상상력이 곧 생명력일지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불확실성 투성이인 삶에서 상상없이 나를 던지기란 여간 힘든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은 상상이라고 말하고는 정말로 믿어버리는 것이다. 지금도 온갖일이 벌어지는 현실의 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믿어버린다.
믿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어찌되어가는가 믿어서 믿지 않아서 동요가 멈추어진적이 있던가 그게 사실인가
믿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자기를 구원하려는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자각의 질문을 던진다.
아우토겐을 통해 내가 나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편안해진 나를 상상한다.
기분좋게 따듯하고 무거운 몸, 시원한 이마와 고요하고 규칙적인 심장으로 자기를 안내하는 인도문.
그것들은 심신의 이완과 더불어 신체의 마비감과 부유하는 감각을 선물해주기도 하였다.
느낄 수 있는 몸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가. 실로 나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느끼는 것들은 곧 나이기도 하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감각을 도구삼아 주워모은 것들로 상상이라는 접착체를 발라 나의 세계를 구성하고 만들어간다.
아! 그러다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명치를 걷어 차이는 날. 모든것은 산산조각 부서지고 무너져내린다.
이만하면 충분히 놀고 즐기고 배웠다고 우주의 언어가 들리는 순간, 곧 느끼는 것들이 내가 아니였음을 깨닫는 때가 찾아온다.
그러자 태초의 아무것도 없던때로, 모든 것이 무상한 날들로 되돌아간다.
상상의 힘으로 모였다가 다시금 흩어지는 나를 바라본다.
바라본다 바라본다 흩어지고 흩뿌려지고 세상에 던져진 씨앗들이 보인다.
얼었다가 녹고 녹았다가 얼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단단한 겉껍질에 균열이 생기며 간신히 여린 싹을 틔워내는 체리씨처럼.
던져진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자기의 방식대로 관성를 뚫고 새로움이 자라난다. 그것이 바로 자기만의 생명력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잊지 않고 나와 타자를 믿고 상상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던져진 자리에서 자기만의 싹을 꺼내는 씨앗은 이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마시고 내쉰다.
마시고 내쉬고 마시고 내쉬고 마시고 내쉬고...
억겁의 숨을 돌고나면 어느새 드넓은 그늘을 내어주는 우주의 아름드리가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다시 낙화하고 영락하여 무르고 갈라지고 마르고 균열된 썩은 열매에서 확신할 수 없는
그러나 끝없이 상상하던 상상을 넘은 싹이 자라날 것이다.
모두 불확실성으로 던져진 씨앗들의 이야기다. 당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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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파도를 보다 유연하고 편안하게 탈 수 있게 도와준 아우토겐트레이닝과 안내해주신 촉진자 김혜경 선생님,
그리고 수업을 열어주신 박장금 선생님과 함께 여정을 이어나간 도반들. 안미선샘 장윤진샘 황지연샘 소율샘 시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날 각자가 만든 씨앗 말씀!
혼자 4개나 짓고 또 심층이완 후에 하나 더 생겼다.
장금샘이 나보고 많은 것을 하고 싶어하는 욕심쟁이라고 했지만.. 맞다.. 나는 욕심쟁이기도 하다.
많은 순간 이것이 나를 버겁게 하지만
그럼에도 떠오르는 직관의 뿌리가 계속 탐험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래도 일상에서는 하나씩 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8주차 씨앗말씀을 적고 있는 혜경샘과 경청중인 도반들
하심당 올라갈때 마다 인사하는 평온한 돌맹이상
동네 맛집을 소개시켜주시는 미선샘과 혜경샘
돌솥밥이 맛있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맛집이었다~
비오는날 도반들에게 우산을 빌려주고 남은 웨딩피치 우산을 쓰고 가는 장금샘~
뭐랄까 키치한 느낌
아우토겐 첫날 만난 화분 , 비오는 날에 정갈한 화분이 마음에 들었다.
아우토겐을 20년간 해오신 오토제닉 쉬프트 숙련자 혜경샘이 떠오는 대사
백수인듯 백수아닌 백수같은 요즘의 삶.. 집가다 찍은듯하다.
장금샘이 꽃다발 주문한 꽃집. 나도 몇송이 사보려고 2번 들렀는데 아무래도 오후 5시경엔 외출을 하시는 모양이다.
유목과 흐르는 식물들의 수형이 마음에 든다. 저렇게 살고 싶은걸까.
모두 아우토겐 들으러 오세요~ 강추입니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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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혜경님의 댓글
김혜경 작성일해일샘, 아우토겐 시작할 때보다 많이 편안해진 모습을 보니 참 좋았습니다. 일상에서 긴장이 느껴질 때 수시로 이완하시어 아우토겐 숙련자가 되시길 기대할게요~~
해일님의 댓글의 댓글
해일 작성일네 매일 한 번 이상 이완하고 있어요 지금도 편안함을 느끼는데, 할수록 더 좋아진다니 참 기쁘네요~ 감사합니다!